굿즈제작사이트 인쇄 가능한 곳

<엔비디아 레볼루션>은 1993년 미국 실리콘밸리 외곽의 주택 차고에서 탄생한 엔비디아가 게임용 그래픽 카드 전문 기업을 거쳐 ‘AI 시대 슈퍼스타’로 떠오르기까지 33년의 역사를 다뤘다. 금융 전문 매체 배런스의 테 킴 수석기자가 젠슨 황 등 공동 창업자 세 명과 초기 투자자 및 경쟁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을 취재한 뒷얘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책은 엔비디아가 2023년 AI 붐에 올라탈 수 있었던 건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젠슨 황은 2013년부터 AI 시대를 예견하고 회사의 중심에 AI 반도체를 뒀다. 오픈 AI가 챗GPT를 공개하며 AI 대중화의 문을 열었지만, 그 열매를 엔비디아가 독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젠슨 황은 어떻게 AI 시대를 예측했을까. 천재성의 발로란 얘기도 있지만, 저자는 엔비디아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꼽는다. 보고 문화부터 독특하다. 엔비디아 직원은 젠슨 황에게 1~2주에 한 번 ‘톱5 이메일’을 보낸다. 주력하는 상위 업무 5개와 시장의 주요 이슈를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다. 젠슨 황은 일요일 저녁 직원들의 이메일에 피드백을 준다. 2013년 젠슨 황이 AI 시대에 대해 감을 잡은 것도 톱5 이메일에서 ‘머신러닝’ 등의 단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소통하며 능력을 뽐낼 수 있는 덕분에 내부 정치에 골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근면성도 엔비디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저보다 똑똑한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 분명한 건 저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겁니다.”(젠슨 황)

CEO부터 솔선수범하니 직원들도 ‘주 80시간’ 근무는 기본이다. 젠슨 황 앞에서 주눅 들지 않을 정도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저자는 엔비디아의 화이트보드 문화에 주목한다. 젠슨 황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직원들은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빈 화이트보드를 채워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실력은 다 드러난다. 교수 역할을 맡은 젠슨 황의 따끔한 가르침은 보너스다.

엔비디아도 존폐 기로에 몰린 적이 있다. 1995년 개발한 첫 그래픽 칩 get more info ‘NV1’은 ‘쓸데없는 고성능’이란 비아냥을 들으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필수 소프트웨어로 평가받는 ‘쿠다(CUDA)’를 개발할 때도 위기가 찾아왔다. 투자 비용이 급증한 탓에 개발 기간인 2007~2008년 엔비디아 주가는 80% 급락했다. 애널리스트 50여 명이 엔비디아 본사로 몰려와 쿠다 개발 중단을 압박했다. 젠슨 황은 밀고 나갔다.

왜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까. 많은 사회는 내전, 혁명 등 혼란을 겪다가 명멸하고, 극소수의 사회만 대격변 없이 완만하게 혼돈에서 벗어난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시기는 100년, 길어야 200년을 넘지 못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는 ‘역사상 제국의 멸망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매커니즘이 무엇인지’를 집중 연구해온 피터 터친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가 쓴 책이다. 그는 엘리트의 과잉 생산이 사회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흥미로운 학설을 제기한다.

저자는 프랑스와 영국의 100년 전쟁, 영국의 장미전쟁, 미국의 남북전쟁,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등이 전형적으로 엘리트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전쟁이라고 분석한다. 장미전쟁을 거치며 영국의 엘리트 귀족은 이전보다 4분의 1로 줄었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두 나라는 100년 전쟁 후 상당 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엘리트가 대폭 감소하면서다.

오늘날 주요국의 위기 역시 엘리트 계층이 늘어난 데서 찾는다. 미국의 경우 천만장자가 1983년 6만6000가구에 불과했는데, 2019년 68만3000가구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중위소득은 1976년 5만2621달러에서 2016년 6만3683달러로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자는 엘리트는 과잉 생산된 반면 대중은 궁핍해지면서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자들의 불만 표출, 엘리트 내부의 경쟁과 갈등 등이 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추동한다고 주장한다.

위기를 극복한 젠슨 황은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컴퓨터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I 학습에 활용하게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인 젠슨 황의 전문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기다.

엔비디아는 기술력에 번뜩이는 사업 전략을 접목해 성장 가도를 달린다. 각 대학 연구실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GPU를 무료로 지급해 쿠다와 함께 AI를 개발하는 데 활용하게 했다. ‘소 한 마리 다 팔기’로 불리는 전략도 흥미롭다. 생산 과정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칩이 나오면, 엔비디아는 이 칩을 활용해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엔비디아는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젠슨 황은 만족할 줄 모른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 “넌 너무 형편없다. 30일 뒤에 망할지도 모른다”고 채찍질한다. “2등은 첫 번째 패배자”라고 말하며 ‘압도적 1등’을 외치는 CEO 앞에서 엔비디아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다.

저자는 엔비디아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엔비디아의 가장 큰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엔비디아 자체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떠나지 않는 한 성공 신화는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